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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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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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낡은 초상들이 몰려왔다 흩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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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서면 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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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5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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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루미늄 새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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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오늘은 이른 새벽에 저수지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복잡한 시간이 얽혀서 돌아가지만,

결론은 시간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합니다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자연스레 스며드는 가을은 엊찌 할 수 가 없습니다

 

가을 여정이 아주 어릴적 느낌으로 다가오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