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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 류시화
    2019. 10. 30. 15:47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대승령 찬바람이 좋다

    가슴 속까지 뻥뚫리는 시원함이 좋다

     

    벌거벗은 나목을 금년에도 찿는다

    1년,,,,

    지난 태풍에도 건재하다,,,!

     

    안부를 묻고, 어루만지고, 내년을 약속한다

     

    가지를 잃었고,,,

    나뭇잎도 잃었고,,,,

    윤기나는 표피도 잃었지만,,,

     

    당신은 그들을 버리지 않고 그리워합니다

    패랭이 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 꽃을 쳐다 본다
    한 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가을이 익어갑니다

    잊어지는 계절인데,,, 잊어지는 것도 큰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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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