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향기, 사람의 향기 - 이해인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깁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해인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中에서-
홀로 있는 시간은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적인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입니다.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입니다.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입니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 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부의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그리고 감촉에만 관심을 쏟느라고 저 아래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정한 자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찻간이나 집 안에서 별로 듣지도 않으면서 라디오를 켜놓 는것은
그 만큼 우리들이 바깥 소리에 깊이 중독되어 버린 탓입니다.
우리는 지금 꽉 들어찬 속에서 쫓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여백이나 여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일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쫓기기만 하면서 살다보니 이제는 쫓기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조차
마음을 놓지 못한 채 무엇엔가 다시 쫓길 것을 찾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허가 아쉽습니다.
빈 구석이 그립다는 말입니다.
일, 물건, 집, 사람 할 것 없이 너무 가득 차 있는 데서만
살고 있기 때문에 좀 덜 찬 데가, 좀 모자란 듯한 그런 구석이
그립고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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