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 이성부

농돌이 2023. 6. 23. 06:57

고사목 / 이성부

  내가 걷는 백두대간 18

 

내 그리움 야윌 대로 야위어서

뼈로 남은 나무가

밤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밤마다 조금씩 손짓하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한 오십년 또는 오백년

노래로 살이 쪄 잘 살다가

어느날 하루아침

불벼락 맞았는지

저절로 키가 커 무너지고 말았는지

먼 데 산들 데불고 흥청망청

저를 다 써버리고 말았는지

앙상하구나

그래도 사랑은 살아남아

하늘을 찔러

뼈다귀는 뼈다귀대로 사이좋게 늘어서서

내 간절함 이토록 벌거벗어 빛남이여 

 

지리산에 오를 때면, 언제나

시리도록 푸르던 빛으로 반겨주던 나무들이 고사목이 되었습니다

 

친구와 말 없이 마시는 차 한잔에도 느낌이 있듯이

우울한 시간에 찿는 친구의 느낌처럼 알 수 있습니다

 

진한 색의 강한 인상은 사라졌어도,,,

은은하게 한 백년 서 계시라 주문합니다

 

그리워지는 것이 있고,,,,

조금은 알 수 있는 삶이 되어서 느낌을 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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