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바람이 머무는 곳 / 고은영산 2021. 1. 26. 21:27
겨울, 바람이 머무는 곳 / 고은영
어둠의 눈길을 서성대며
밤의 끝없는 미궁을 헤매겠지
거리에 정렬되어
깜박이는 가로등 밑이거나
후미진 골목 기분 나쁜 어둠에서
잊혀간 사랑을 부르거나
서캐처럼 쌓이는 눈송이를 맞으며
혹여 오는 시간에 희망을 걸고
주머니 가득 쓸쓸함을 털어내다
어깨를 움츠릴지도 몰라
피상적인 욕구와
현실적 불가항력에 소스라치는
네 의식 밑바닥으로부터
어쩌면 사무치게 그리운
사랑의 얼굴을 기억해 내고
강등되어 초라해진 골수에
뼈저린 비수처럼
날카로운 기억에 베인 가슴
취기 오르는 추위를 조금씩 마시며
살아 있는 동안 점 하나로 다가서
소멸되어 흔적 없이 사라질 존재 위에
서러운 시간을 부정하고픈
굽은 등으로
짐짓 당당해지려고
밤새워 표독한 울음으로
징징거리는지도 모를 일이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게 나를 묻다 / 공석진 (8) 2021.02.03 새벽을 여는 글 (16) 2021.01.31 여명의 산행길은 언제나 옳다 (15) 2021.01.24 용봉산에서 바라본 충남도청 (6) 2021.01.09 홀로 피는 꽃은 없다/남정림 (9)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