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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풍경
    2016. 10. 10. 23:44

    가을 편지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가을 편지 / 문정희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이 물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가을 우체국/ 문정희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인보다 때론 우체부가 좋지
    많이 걸을 수 있지

    재수 좋으면 바닷가도 걸을 수 있어
    은빛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낙엽 위를 달려가 

     

    조요로운 오후를 깨우고
    돌아오는 길 산자락에 서서

    이마에 손을 동그랗게 얹고
    지는 해를 한참 바라볼 수 있지 

     

    시인은 늘 앉아만 있기 때문에
    어쩌면 조금 뚱뚱해지지

    가을 우체국에서 파블로 아저씨에게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시인이 아니라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가 아니라 내가 직접
    크고 불룩한 가방을 메고


    멀고먼 안달루시아 남쪽 그가 살고 있는
    매혹의 마을에 닿고 싶다고 생각한다

     

     

    비바람이 불어도 봄은 오고 여름은 가고

     

    오∼∼∼ 그대여

     

    눈물이 없어도 꽃은 피고 낙엽은 지네

     

    오 ∼∼∼ 내 남은 그림움 세월에 띄우고

     

    잠이 드네  꿈을 꾸네

     

    --이선희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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