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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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삶 2018. 12. 13. 21:26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 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뿌리를 내렸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을 더 깊이 눈감게 해주십시오 더 밝게 눈 뜨기 위해 지난 일요일 찿았던 꽃지의 일몰입니다 『 머무는 자는 집을 만들고, 떠나는 자는 길을 만든다 』 는 말을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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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음 / 김광규삶 2018. 12. 9. 21:24
오래된 물음 / 김광규 누가 그것을 모르랴 시간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짐승처럼 늙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 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 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 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느냐 쓰레기터의 라일락이 해마다 골목길 가득히 뿜어내는 깊은 향기 볼품 없는 밤송이 선인장이 깨어진 화분 한 귀퉁이에서 오랜 밤을 뒤척이다가 피워낸 밝은 꽃 한 송이 연못 속 시커먼 진흙에서 솟아오른 연꽃의 환한 모습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의 고운 미소는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지 않느냐 맨발로 땅을 디딜까봐 우리는 아기들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손에 흙이 묻으면 더럽다고 털어준다 도대체 땅에 뿌리박지 않고 흙도 몸에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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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지의 겨울,,,!삶 2018. 12. 6. 17:59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어둠이 내린다 오늘은 남쪽 제주도에서 친구가 보낸 감귤이 왔다 새콤한 느낌에 침이 고인다 친구가 내 마음을 아는건가,,,,? 마음에 그리는 그림을 그리움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그리워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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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굴밥이지요,,,!산 2018. 12. 2. 19:14
굴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또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품으로 그 종류도 많다. 한국에서는 모든 연안에 분포하며 주요 양식 대상이고, 또 주요 수출품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산란은 여름철 수온이 20℃ 이상 되면 시작하며 25℃ 전후일 때 가장 왕성한데, 어미 1마리가 수천 만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직후의 유생(幼生)은 부유생활을 하며 자라는 동안 몇 차례의 변태를 거쳐 2∼3주일이 지나면 고착생활에 들어간다. 이때의 크기는 지름 0.3mm 정도이다. 고착수심은 수면으로부터 6m 정도까지이고 2m 사이에 가장 많이 고착한다. 양식용 종묘(養殖用種苗)는 굴·가리비 등의 껍데기를 철사에 꿰어 얕은 곳에 수하(垂下)하여 채묘(採苗)한다. 채묘가 끝나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양식용 수하시설에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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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망 하나 / 유안진산 2018. 12. 2. 02:41
내 소망 하나 / 유안진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 부릴 수 있는 더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같이 보고 이렇게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서로의 겉 모습 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있다면서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이쁘게 함박웃음 웃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을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혀서 아~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 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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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강은교산 2018. 12. 1. 11:47
12월의 시 /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를 갈아 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둠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