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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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 이향아삶 2020. 5. 15. 14:52
결심 / 이향아 하나씩 덜어내리라 젖은 빨래 물기 짜듯 뱉어내리라 참았던 울음 차 오른 가래를 밀듯 눈 딱 감고 비워내리라 강아지풀은 어깨를 부벼 씨를 털어내고 하늘도 비구름 쏟더니 표표하구나 도도하구나 부질없는 이름 잘라내리라 텅 빈 껍데기만 덜컹거려도 초연히 머리 젖혀 푸른 바람 쐬고 맑게 들이비치니 날개 돋치리 보내리라 버리리라 열 두 번이라도 여기가 설령 눈 먼 벼랑일지라도 뛰어내리리라 죽어도 슬픈 혼 있으면 솔개처럼 뜨리 밤바다 생각을 퍼올리어, 하늘 끝 언저리에 둡니다 시퍼런 결심으로 이뤄내야지 결심합니다 날카로운 조각들이 날리어 내 마음에 흩어집니다 아픔이어라,,,! 그래도 포기하디 못하고, 그 이유를 묻지 못하고, 어쩌면 오늘 또 생각을 두레박에 담아 하늘로 올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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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만 묻습니다 / 이향아삶 2020. 4. 15. 20:43
안부만 묻습니다 / 이향아 안부만 묻습니다 나는 그냥 그렇습니다 가신 뒤엔 자주자주 안개 밀리고 풀벌레 자욱하게 잠기기도 하면서 귀먹고 눈멀어 여기 잘 있습니다 나는 왜 목울음을 꽈리라도 불어서 풀리든지 맺히든지 말을 못하나 흐르는 것은 그냥 흐르게 두고 나 그냥 여기 있습니다 염치가 없습니다 날짜는 가고 드릴 말씀 재처럼 삭아 모두 없어지기 전에 편지라도 씁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날짜는 가고 그날이 언젠지 만나질까요 그때도 여전히 안녕히 계십시오 어머니께 반찬을 드리고 앉았습니다 세상이 변할까요? 우리가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는거 아닐까요? 오늘밤,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기는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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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산 2020. 3. 21. 19:24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지상에서 빛나는 이름 하나 누가 물으면 꽃이여, 내 숨결 모두어 낸 한 마디 말로 그것은 '꽃입니다' 고백하겠다 너와 사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바람 몹시 불어서 그 사람이 울던 날도 골목마다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이 이별로 얼어붙던 날도 낮은 언덕 양지쪽 등불을 밝혀 약속한 그 날짜에 피어나던 너 꽃이 있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간직했던 내 사랑을 모두 바쳐서 열 손가락 끝마다 불을 켜 달고 나도 어느 날에 꽃이 피련다 무릎 꿇어 핀다면 할미꽃으로 목숨 바쳐 핀다면 동백꽃으로 용봉산 어귀 용도사,,,! 잠시 그대를 보러 갔지요 늘 따뜻한 날들,,,! 오래 보아서 그런건가요 포그한 느낌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