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류시화 2

나무 ... 류시화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대승령 찬바람이 좋다 가슴 속까지 뻥뚫리는 시원함이 좋다 벌거벗은 나목을 금년에도 찿는다 1년,,,, 지난 태풍에도 건재하다,,,..

2019.10.30

바람부는 날, 황매산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세상살이에서 복잡하고 심각한 영화나, 책을 잘 읽지 않은지 좀 되었습니다 세상이 더 복잡하고 드라마틱 하기 때문입니다 바람부는 날, 황매산에 올라 억세풀 가득 핀 정원에서 걷습니다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이 조망..

201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