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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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산 2018. 3. 2. 18:01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랑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흔적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룸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폭설과 강풍으로 온 세상을 흔들어대던, 만항재에서 떠나는 겨울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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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 기형도산 2017. 8. 6. 07:29
여행자 /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낮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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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병풍바위 설경!산 2015. 12. 18. 07:01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2015년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세모가 눈 앞입니다 성숙함을 일구려 노력했던 시간을 돌아봅니다 우리의 삶이 옷감인 베을 짜는 것에 비유한 글을 읽었습니다 성글고 옹이가 있으면 성근베를, 가늘고 매끈한 실로 자아내면 세모시,,, 대상을 촘촘히 살피고, 느끼는 삶을 살아보자는? 눈 내린 용봉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점심 시간에 올라왔습니다 양복에 코트입고, 등산화 신으니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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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기형도삶 2015. 11. 22. 10:59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사랑을 떠나보낸 집은 집이 아니다. 빈집이고 빈 몸이고 빈 마음이다. 잠그는 방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문을 잠근다'는 것은, '내 사랑'으로 지칭되는 소중한 것들을 가둔다는 것이고 그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잠금이자 감금일 것이다. 정끝별 시인 해설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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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기형도삶 2015. 8. 5. 08:33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사랑, 그대 색깔로 물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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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삶 2015. 7. 1. 21:15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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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수달래를 보면서,,,,산 2015. 5. 11. 08:34
그대에게 자유를 드립니다 / 울리히 샤퍼 문득문득 그대가 새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불안에 힙싸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절박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어떻게든 그대를 놓치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합니다 생각해 보면 두려움은 사랑의 철조망일 뿐 불안이 안개처럼 드리운다는 것은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이 모자란 까닭입니다 사랑은 누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를 놓아주어야 비로소 그대가 내게 다가올 수 있고 나 또한 그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촟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힌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더금거리며 문을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