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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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거처 / 김선우삶 2021. 9. 2. 21:23
사랑의 거처 / 김선우 말하지 마라.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이 나무도 생각이 있어 여기 이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장자」 인간세편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오늘도 빛나는 날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은 " 너 자신이 돼라 "는 말을 많이 했답니다 삶에 주인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여건 중에서 가장 최적화된 나로 살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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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엘렌 바스삶 2020. 10. 2. 13:24
중요한 것은/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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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하여 / 문근영산 2018. 2. 25. 20:59
우리를 위하여 / 문근영 사는 일이 자글자글하고 질퍽거릴 땐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지우고 노심초사 꼭꼭 눌러둔 사연 데리고 무작정 길을 떠나자 불가항력의 벽 앞에서 말로 풀어내지 못한 생각의 편린들도 치명적이었던 증오도 깡그리 지우고, 잘린 시간이 어둠에 잠기어 그리움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세월의 길목, 뒤따라온 세월의 바람이 허공을 갉으며 흔들리면 안일하게 잊고 지냈던 잃어버린 우리가 뜨겁게 돋아 화끈거린다지울 수 없는 우리, 지금은 우리를 위하여 얼룩진 긴장을 풀고 무엇인가 하여야 할 때 서툰 밤길 같은 인생에서 서로 길이 되어 환해져 오는 길이 되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함께 늙어 갈 수 있도록 떠날 수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 있음을 감사합니다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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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 시퍼산 2018. 1. 4. 20:12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 시퍼 하루는 한 생애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뜨면 하나의 생애가 시작되고 피로한 몸을뉘여 잠자리에 들면 또 하나의 생애가 마감됩니다 우라가 단 하루밖에 살 수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눈을 뜰 때 태어나 잠들면 죽는다는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에게 투정부리지 않을 겁니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당신에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할 겁니다 아무리 힘겨운 일이 있더라도 불행하지 않을 거구요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모두 사랑하기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죽어서도 버리지 못할 그리움 그 엄청난 고통이 두려워 당신 등 뒤에서 그저 울고만 있을 겁니다 바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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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산 2017. 12. 8. 20:54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살다보니 질펀해진 느낌, 누가 나를 불러도 대답하고 싶지 않을 때, 진달래 피는 봄이 오리라,,,! 우리의 삶에 흥을 더해주는 따사로운 햇살도 함께 하리라 누구를 용서할 나이는 아니지만 미소지으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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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산 2017. 6. 28. 18:50
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 번쯤 눈감고 생각해보라 누가 당신을 금 그어놓았는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리고 분별해놓은 이 누구인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세상과 등 돌려 막막해질 때 쓸쓸히 앉아서 생각해보라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했는가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질 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용서하라 용서가 가져다줄 마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