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복 / 박인환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도 보았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정사한 여자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 때
비둘기는 지붕위에서 훨훨 날았다
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
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노인은 꿈을 꾼다
여러 친구와 술을 나누고
그들이 죽음의 길을 바라보던 전 날을
노인은 입술에 미소를 띄우고
쓰디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있다
그는 지금의 어떠한 순간도
증오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죽음을 원하기 전에
옛날이 더욱 영원한 것처럼 생각되며 자기와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져 가는 것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선운사 대웅전 앞 매롱나무!
운명보다 무서운 것은 체념이 아닐까요?
형상에 집착하는 것, 넓은 이 가을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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