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고에 오랜 목련이 핍니다

농돌이 2020. 3. 28. 15:30

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삶이라는 과제,

잘 살아야 한다는 이정표,,,!

 

다시 맞이하는 봄,

 

어쩌면 아무것도 소망하지 않고,

그저 건장하기를 바라는 ,

2020년 봄이 제일 멋지다

 

이런, 저런 군더더기 얘기들,,,

 

봄이여,

모두 가져 가시라

 

사랑,

하나만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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