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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서설(敍說) / 문병란산 2021. 3. 11. 19:31
인연 서설(敍說)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찿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있는 한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에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고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루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눈 내리는 날 가고 싶었습니다
우울함도, 깊이 가라앉은 내면의 슬픔의 몽돌들도
함께 바람부는 언덕에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밟히는 눈처럼,
지나온 많은 일들이
새 봄에 녹아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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