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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산 2021. 3. 6. 03:58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
네가 만약에 말이야, 으르렁거리며 날 찾아온다면
내게 오는 동안 넌 내가 두른 초록 숲 울타리에서
길을 잃고 잠시 헤맸으면 해.
꽃과 풀이 부르는 느린 노래.
거미줄에 걸린 둥근 이슬에 젖어
네 걸음은 사뿐사뿐 더디어지고
헝클어진 가지마다 고개 숙여 안녕!
하고 너는 인사를 하겠지.
그래서 기어이 네가 날 찾아왔을 땐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늑대 대신
작은 새 한 마리 네 가슴에 들었으면 좋겠네.
내 말을 너는 잘 알고 있지?
우리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지 말고
작은 새들처럼 사이좋게
지지배배거리며 지내자는 말이야.
널 기다린단 말이야.
나의 숲이 네 마음에 부디 들기를.
* 정유경,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에서
- 사계절 2018
- 문학동네, [파랑의 여행], 2018.10. 4이른 새벽 산으로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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