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엽서 / 이외수삶 2020. 4. 26. 13:46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떠오르는 해
지나는 길
잠시,
마음에 불씨를 살립니다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15) 2020.05.04 고창 청보리 밭 (36) 2020.04.30 낮은 목소리로 / 김후란 (14) 2020.04.23 개심사 청벚 개화 상황입니다 (24) 2020.04.21 꽃피는 말 / 박노해 (15)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