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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산 2017. 5. 3. 20:45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 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 부대를 걸치고
등 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장흥, 보성, 고흥에는 나의 꿈을 한토막 나누던 친구들이 산다그들에게 말 안하고,,,
제암산과 사자산, 일림산에 꽃구경 다녀온다
만나면 안아보고 싶은 친구들,,,!
그들을 제암산 정상석에서 마음으로 바라본다
시간이 허락하면 솔개에 가고싶다.
거기서 우리 새로운 꿈을 이야기 하고 싶다
살아 있는 동안,
동행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마음으로 전하는 편지를 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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