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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2023. 5. 28. 20:42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신은 다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비오는 날에 들꽃들에게 아름다운 색을 더하여 주셨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마음 챙김시 중에서 엘런 바스의 중요한 것은 이란 시의 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으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맬지라도

     

    -----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거야

    빗소리가 성깁니다

    평안한 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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