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을 지나며 / 나호열

농돌이 2020. 9. 4. 16:12

병산을 지나며 / 나호열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
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
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

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어리석음이
결국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임을
짧은 인생이 뉘우친다

쌓아 올린 그 키 만큼
탑은 속절없이 스러지고
갖게 기어가는 강의 등줄기에
세월은 잔 물결 몇 개를 그리다 만다

옛 사람이 그러하듯이
나도 그 강을 건널 생각 버리고
저 편 병산의 바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려니
몇 점 구름은 수줍은듯 흩어지고
돌아갈 길을 줍는 황급한 마음이
강물에 텀벙거린다

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버리고
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개심사 지난 사진을 보면서,   가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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