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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추의 용봉산,,,!
    2016. 11. 20. 08:37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일과가 복잡했다

    어느 농가의 젊은 사모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응급실에서 바라본 삶은 참 덧없고, 가벼웠다

     

    늦은 오후,

    가방을 메고 용봉산으로 왔다

    아들의 접대 등산으로 투석봉에서 병풍바위로 모교인 용봉초교로 한바퀴 걸었다

     

    용봉산의 가을도 꽉 차버린 느낌이다

     

     

     

    아버지 / 이재무

     

    어릴 때 아버지가 삽과 괭이로 땅 파거나

    낫으로 풀 깎거나 도끼로 장작 패거나

    싸구려 담배 물고 먼 산 바라보거나 술에

    져서 길바닥에 넘어지거나 저녁 밥상 걷어차거나

    할 때에, 식구가 모르는 아버지만의 내밀한

    큰 슬픔 있어 그랬으리라 아버지의 큰 뜻

    세상에 맞지 않아 그랬으리라 그렇게 바꿔

    생각하고는 하였다 그러하지 않고서야

    아버지의 무능과 불운 어찌 내 설움으로

    연민하고 용서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날의

    아버지를 살고 있는 오늘에야 나는 알았다

    아버지에게 애초 큰 뜻 없었다는 것을

    그저 자연으로 태어나 자연으로 살다갔을

    뿐이라는 것을 채마밭에서 풀 뽑고 있는

    아버지는 그냥 풀 뽑고 담배 피우는 아버지는

    그냥 담배 피우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늦은 밤 멍한 눈길로 티브이 화면이나 쫓는

    오늘의 나를 아들은 어떻게 볼까

    그도 나를, 나 이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들아, 자본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란 아버지는

    자본 속을 살다 자본에 지쳐 돌아와

    멍한 눈길로 그냥 티브이를 보고 있는 거란다

    나를 보는 네 눈길이 무섭다

    아버지들은 아주 먼 옛날부터 오늘에까지

    연장으로 땅을 파거나 서류를 뒤적이거나

    라디오 연속극 듣고 있거나 인터넷하고 있거나

    배달되는 신문기사 읽고 있을 뿐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 너머를 읽지 말아 다오

    아버지는 결코 위대하지 않다

    이후로도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일 뿐이다

     

    51現代文學賞 수상시집목화밭지나서 소년은 가고(현대문학, 2006)

    아그배꽃이 피었습니다

    봄에 피어야 하는데,,,  혹독한 겨울을 맞이해야겠네요

    오르는 길에는 석불사 동백도 피었더니,,,,

    시절을 잊은건지요?

     

    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자다 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아버지의 생의 냄새였다면

    지금 내게선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 팔거나

    소작의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의 농사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아버지가 보고 싶다

     

    시집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가슴을 열고 닫는 곳
    제부도에는 사랑의 오작교가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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