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바라보며

농돌이 2020. 12. 19. 22:10

노을 꽃 / 정연복

 

해질 녁 산마루 넘어가는

연분홍 노을

 

아침에는 어둠 뚫고 치솟은

불덩이더니

 

하루종일 온 세상 비추는

따스한 빛이더니

 

어쩌면 하루의 마감이

이다지도 고을 수 있을까

 

지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동안

 

나도 환한

마음의 빛으로

 

세상의 한 모퉁이를

밝히고 따뜻하게 하다가

 

노을 꽃 한 송이로

생을 끝마칠 수는 없을까

 

노을 만평 / 신용복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된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같고 싶다

그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남을 만할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찬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창문을 내리고 바라보는 노을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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