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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
    2022. 4. 11. 22:48

    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았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정류장에
    쇼핑백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 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곧 체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 달라 부탁한 건, 다음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쇼핑백,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용봉산 암릉에서 살아가는 진달래 입니다

    저의 아주 오랜 친구들 입니다

    초딩부터,,,,

     

    도움되지는 못해도 안부를 묻습니다

    가까이 살지는 못해도 염려합니다

    그들은 별을 보지만, 전 가로등 불빛에 익슥합니다

     

    오늘. 지금은

    역경을 이기고 핀 모습을 보며 미소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살아있는 나에게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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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