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 이향아

농돌이 2020. 5. 15. 14:52

결심 / 이향아

하나씩 덜어내리라
젖은 빨래 물기 짜듯
뱉어내리라

참았던 울음
차 오른 가래를 밀듯
눈 딱 감고
비워내리라

강아지풀은 어깨를 부벼
씨를 털어내고
하늘도 비구름 쏟더니
표표하구나
도도하구나

부질없는 이름
잘라내리라
텅 빈 껍데기만
덜컹거려도
초연히 머리 젖혀
푸른 바람 쐬고
맑게 들이비치니 날개 돋치리

보내리라
버리리라 열 두 번이라도
여기가 설령
눈 먼 벼랑일지라도
뛰어내리리라
죽어도 슬픈 혼 있으면
솔개처럼 뜨리

 

밤바다 생각을 퍼올리어,

하늘 끝 언저리에 둡니다

 

시퍼런 결심으로 이뤄내야지 결심합니다

 

날카로운 조각들이 날리어

내 마음에 흩어집니다

 

아픔이어라,,,!

 

그래도 포기하디 못하고,

그 이유를 묻지 못하고,

 

어쩌면 오늘 또 생각을 두레박에 담아 하늘로 올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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