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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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를 위하여 / 강은교삶 2018. 11. 26. 22:42
갈대를 위하여 / 강은교 아마 네가 흔들리는 건 하늘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키 큰 바람이 저 쪽에서 걸어올 때 있는 힘 다해 흔들리는 너 연분홍 살껍질을 터뜨린 사랑 하나 주홍빛 손을 내밀고 뛰어오는 구나 흔들리면서 그러나 결코 쓰러지지는 않으면서 흔들리면서 그러나 결코 끝나지는 않으면서 아, 가장 아름다운 수풀을 살 밑, 피 밑으로 들고 오는 너 아마 네가 흔들리는 건 흔들리며 출렁이는 건 지금 마악 사랑이 분홍빛 손을 내밀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간 사람, 떠난 사랑에 가슴 아픈건, 아직 놓아버리지 못함인가 ! 이젠, 고맙다고, 감사했노라고 말하면서 그만 보내야 한다 산골 모퉁이에 앉아 기억의 모퉁이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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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삶 2018. 11. 24. 18:10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 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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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 문정희산 2018. 11. 22. 16:20
찔레 /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어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뽀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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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 제주 한라산으로 떠났습니다산 2018. 11. 17. 22:45
지난 10월 31일, 주인님과 아들, 저 셋이서 김포공항에서 007해서, 제주로 떠납니다 제 생일 기념으로 각자 휴가를 내고, 새벽 03부터 움직여서, 첫 비행기를 타고, 산행을 하고, 하산하여 씻고, 저녁을 하고, 저녁비행기로 귀환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20대의 청년이 어찌 살다보니,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아재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젊은 시절은 지났으나, 가을에 접어든 저의 삶도 즐겁고 보람찹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누구나 잘 아는 길이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합니다 열매를 맺으려면 꽃이 져야 한다지요,,,,? 많은 생각을 지고 제주 한라산으로 떠났습니다 주차장은 언제나 만원,,,! 공항에서 잘 아는 해장국집으로 가서 한그릇 헀습니다 예전에는 좀 복합라고, 기다려도 좋았는데, 갈수록 체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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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풍보러, 해남 두륜산에 오릅니다산 2018. 11. 14. 23:05
원래 두륜산은 대둔사(大芚寺)의 이름을 따서 대둔산이라 칭하다가 대둔사가 대흥사(大興寺)로 바뀌자 대흥산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대둔산의 명칭은 산이란 뜻의 ‘듬’에 크다는 뜻의 관형어 ‘한’이 붙어 한듬→대듬→대둔으로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과거 대둔사는 한듬절로 불리기도 했다. 두륜의 뜻은 산 모양이 둥글게 사방으로 둘러서 솟은 ‘둥근머리산’, 또는 날카로운 산정을 이루지 못하고 둥글넓적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연유한 것이다. 또한 대둔사지에 의하면, 두륜산은 중국 곤륜산의 ‘륜’과 백두산의 ‘두’자를 딴 이름이라고도 한다. 두륜산의 높이는 703m이고, 소백산맥의 남단에서 남해를 굽어보며 우뚝 솟아 있다. 이 산은 주봉인 가련봉(迦蓮峰, 703m)을 비롯하여, 두륜봉(頭輪峰, 630m)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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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단풍여행,,,!삶 2018. 11. 11. 12:23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여행의 시작이다 -- 이산하 시인의 글 중에서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마음이 흩으러진 날은 선운사가 좋다 일요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점심이 넘어서 도착한 선운사는 인산인해,,,! 가방에 작은 물병과 커피, 과일 건조한 것을 메고,,, 도솔천으로 잠겼다 가을 낮에 만나는 작은 고요와 햇살이 좋다 숲 사이로 했살이 들어오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각 나무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