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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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기형도산 2022. 12. 1. 17:42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는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12월의 첫날 입니다 2022년 마무리와 새로운 2023년의 준비로 바쁜 시간입니다 기쁨과 슬픔, 고통이 함께 머물렀지만, 또 삶에 유익한 약으로 여기며, 깨닫습니다 우리의 삶은 사랑하며 살기에도 너무 짧지만, 증오하기 살기에 너무 길다는 어느 시인의 글이 생각납니다 마음에 모닥불 하나 피워보는 12월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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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목필균삶 2021. 12. 1. 06:23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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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2월,,, 정용철산 2019. 12. 1. 15:12
행복한 12월,,, 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12월 어느날, 눈이 폭신 내린 풍경을 용봉산 악귀봉에서 담았습니다 새로운 12월 건강과 행복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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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강은교산 2018. 12. 1. 11:47
12월의 시 /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를 갈아 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둠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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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보냅니다삶 2017. 11. 30. 12:51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하나는 펼치면서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11월을 보냅니다 삶이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는 증거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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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삶 2015. 12. 1. 07:20
12월 /반기룡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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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2월,,, 정용철삶 2014. 12. 3. 06:47
행복한 12월,,, 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눈이 내리는 새벽입니다 하루를 아파트 새벽 산책으로 열어 봅니다 안전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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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이해인삶 2014. 11. 27. 21:58
12월의 시 /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