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성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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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삶 2022. 11. 8. 22:16
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 그 시대 젊은 우리는 프로메테우스가 되고자 했다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와 춥고 가난한 지상의 인간에게 주는, 그리하여 쇠사슬에 묶여 날마다 적의 부리에 심장을 파먹혀가는, 어둠의 시대는 가고 불의 시대가 왔다 기술의 불과 권리의 불과 탐욕과 질시와 재미의 불이 인간의 감각을 불지르고 대지와 하늘을 불지르고 오래된 전승과 신성한 지혜와 자신의 영혼을 불지르고 삶 자체를 불지르도다 반신반인들의 불타는 지구여 더 많은 불을 바라는 시대여 어둠 속 동굴에 묶인 나는 녹슨 쇠사슬에 풀려나 불타는 세계를 걸었노라 그로부터 나는 다시 침묵의 설산으로 올라가 세계의 희망이 어떻게 살해되어 가는지를 보았노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산정에 앉아 홀로 울었노라 불타는 세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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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시간/용혜원삶 2016. 12. 15. 19:59
우리들만의 시간/용혜원 함께 여행을 떠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고 싶습니다 내 안에 그대가 있기에 해변을 함께 거닐면 파도는 힘찬 사랑의 교황곡을 연주하고 모래알마저 부드럽게 사랑을 노래해줄 것입니다 달리는 차창을 통해 산과 들과 강들의 만남속에서 우리들의 삶이 갇혀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언제든 떠납시다 간편한 차림에 배낭하나 둘러메고 우리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들만의 호젓한 시간을 만들어 봅시다 나의 연인이여 떠날때는 카메라를 잊지 마십시요 우리들의 젊은 날의 추억과 그대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습니다 지난 가을, 햇볕이 좋던 날! 홍성군청과 홍주성을 거닐며 즐겼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저녁을 먹고, 내 작은 여백에 쉼표 하나 찍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