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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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 도종환산 2017. 9. 6. 18:21
귀가 /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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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산 2017. 8. 25. 21:40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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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기다린 소백산 비로봉 철쭉 산행(1)산 2017. 5. 31. 22:27
현실과 꿈의 간격은 무엇일까? 현실에서도 꿈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꿈은 현실을 기초로 하는데, 공간의 크기는 넓고, 커 보인다 오르고 내리는 것이지만, 오르막이 딱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산도 오르면 무엇이 있지는 않다 시원한 바람이면 족하다 우리의 삶도 도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까? 오늘 비로봉을 오르며 젖어 본다 비로자니불이 계시는 비로봉에서 환하게 반기는 철쭉을 보며 함께 인생을 이야기 하고싶다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철쭉의 개화 상태 : 비로봉은 80% 개화, 연화봉은 100% 개화 0, 산행일시: 2017년 5월 27일 오르는 길에 햇살이 든다 거의 오른듯,,, 늘 힘이 든다, 무겁고,,, 홀가분한 모습, 왠지 뭉클하다 주목 군락지를 지납니다 예전에는 무성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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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산 개심사,,,!산 2017. 4. 27. 13:17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세상에는 시간을 쏱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 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잡으라 인생은 관광 tour이 아니라 여행 travel이다 그리고 여행은 고난 travel과 어원이 같다 --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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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과 시삶 2016. 11. 28. 09:46
가을사랑 너를 그리며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나의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 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 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 아침을 생각하며 지울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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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핀 풍경,,,!삶 2016. 11. 5. 19:56
저 가을 속으로/ 박정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 같은 울음을 이어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 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 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 속으로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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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낚는 사람들! 충남 예당지삶 2016. 4. 13. 21:07
예당지에 잠시 들렸습니다조사님들은 봄을 낚으시고, 버드나무는 초록으로 짙어 갑니다잠시 복잡함을 버리고,찌를 바라보는 조사님이 오늘은 한없이 부럽습니다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세상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너무 복잡합니다내가 시스템을 바꿀수도 없지만세상의 문고리를 돌린다고 열리지도 않습니다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두개의 손을 주셨다하나는 받기 위함이고,하나의 손은 주기 위함이다 --빌리그레이엄 -- 봄 일기 / 이해인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