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편지/이제인 불현듯 다녀가라는 편지 받고 씁니다 포기할 수도 쉽게 다가갈 수도 없는 먼 허공의 거리 그 아득함을 글자로나마 채우겠다는 것인지 쓰고 또 지우고 씁니다 하늘허리를 두르고도 남을 빈 말들의 행렬 다시 한 자 한 자 지워 나갑니다 마지막 남은 한 문장 화석이 된 붉은 시간의 잎들 그대 가슴에도 그 불멸이 자라고 있겠지 오늘밤은 꼭 그대 거기 붉게 물든 한 그루 단풍나무로 서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