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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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액자 / 고두현산 2018. 2. 25. 08:26
마음의 액자 / 고두현 멀리 있는 것이 작아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이 커 보이는 원근법의 원리 이미 배웠지만 세상 안팎 두루 재보면 눈에 멀수록 더 가깝고 크게 보이는 경우도 있지요. 오늘처럼 멀리 있는 당신. 어느 날 문득 내게로 오는 것이 돈오돈수(頓梧頓修)의 유리 거울이라면 끊임없이 가 닿기 위해 나를 벗고 비우는 일이 원근보다 더 애달픈 사랑이라는 걸 마음의 액자 속에서 비로소 깨달은 오늘. 어느 길도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드메트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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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소포 / 고두현산 2018. 2. 24. 08:00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슬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