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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내리는 저녁입니다
아내와 가까운 암자로 산책을 갔다가 진달래꽃을 담았습니다
3월은 보내고, 행복한 4월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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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 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영원히 그렇게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 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낙타의 생 - 류시화
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 걸 알았다
눈썹 밑에 서걱이는 모래를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만져 보고서야
무릎 기도 드릴 일 많았음을 알았다
많은 날을 밤에도 눕지 못했음을 알았다
자꾸 넘어지는 다리를 보고서야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혹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고서야
무거운 생을 등에 지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사막을 건너왔음을 알았다..4월의 시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눈물 - 류시화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이 환하다
누가 등불 한 점을 켜놓은 듯
노오란 민들레 몇 점 피어 있는 듯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민들레밭에
내가 두 팔 벌리고
누워 있다
눈썹 끝에
민들레 풀씨 같은
눈물을 매달고서
눈을 깜박이면 그냥
날아갈 것만 같은사월의 시 / 이해인
꽃 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맘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적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느끼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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