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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 류시화
    2014. 12. 2. 09:55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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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