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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유 안 진산 2019. 6. 4. 08:14
자화상 / 유 안 진
한 생애를 살다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 수록 새우 젓깔 만나듯이
때 얼룩에 쩔을 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연연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 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흐르고 떠도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어라.비가 내리고,,, 바람이 사람을 휘청이게 하는 날 가보리라
가슴시리도록 구름을 보리라
신과 작은 인간만이 교감할 수 있는 언덕에서 기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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