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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요하다는 것/ 김기택
    2022. 5. 28. 11:42

    고요하다는 것/ 김기택

    고요하다는 것은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고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당신은 곧 수많은 작은 소리 세포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떨리는 소리 스치는 소리
    물소리 속에서 녹고 섞이고 씻기는 소리
    온갖 깃털과 관절들 잎과 뿌리들이 음계와 음계 사이에서
    서로 몸 비비며 움직이는 소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여운이 끝난 자리에서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그 희미한 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새로 생겨나고 있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소리와 움직임은 너무 촘촘해서
    현미경 밖에서는 그저 한 덩이 커다란 돌처럼 보이겠지요
    그러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은 아주 당연하답니다
    하지만 한 모금 샘물처럼 이 고요를 깊이 들이켜보세요
    즐겁게 폐 속으로 들어오는 음악을 들어보세요
    고요는 가슴에 들어와 두근거리는 심장과 피의 화음을 엿듣고
    허파의 리듬을 따라 온몸 가득 퍼져갈 것입니다
    뜨겁고 시끄러운 몸의 소리들은 고요 속에 섞이자마자
    이내 잔잔해질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흔들어도
    마음은 돌인 양 꿈쩍도 않을 것입니다

    바지락을 해감하여, 물만 넣고 끓여도, 맛나고, 시원합니다

    갯벌 속에서 자라, 하늘에 대한 꿈은 덜 꾸었으리라

    생일은 바닷물에게, 갯뻘에게 묻고,,,

     

    살아가는 일, 한가지에만 정진한 결과,

    참 감동을 주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이른 새벽, 산으로 갑니다

    우리도 향기나는 삶, 감동주는 삶이기를 생각해봅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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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