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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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으로 잠기다 / 정숙영삶 2019. 2. 27. 03:03
안개속으로 잠기다 / 정숙영 봄을 재촉하는 바람도 제 할일 다 한듯이 나무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당신을 그리는 마음 대지를 뒤 덮은 안개처럼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어느 곳으로 여행을 하고 계신던 그 누구와 호탕한 웃음을 짓던 나의 그리움은 자욱한 안개가 되어 온전히 당신께 스며듭니다. 몹시 그리운 날엔 안개속으로 들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 생 한번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싶지만, 봄 꽃 피우는 그날 오시려는지요. 나의 삶에서 가장 길었던 몇 일의 밤이 지난다 많은 생각이, 많은 번거로움이,,,, 물방울처럼 흘렀다 괴로움을 버리면 즐거워진다는데,,,! -- 뜨거운 차 한잔을 넘기며 읊조려 봅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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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산 2019. 2. 25. 17:16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는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When it flowers, we will see).'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이 자연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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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김용갑삶 2019. 2. 21. 13:07
불꽃 / 김용갑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우리가 되게 해 주소서. 외로울 때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르고 싶고 즐거울 땐 같이 웃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어느 곳 부족한 점 있다면 따뜻한 온기로서 감싸 줄 수 있고 설사 잘못이 좀 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늘 풍족하며 받은 것 없어도 늘 가득 찬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시옵고, 어쩌다 한 번 당신이 나를 속일지라도 애교로서 용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만나 더욱 행복해지고,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으리라. 부족한 정 많으니 둘이서 채우고 잘한 것 있다면 나누어 가지리라. 타다가 스스로 꺼지는 촛불이 아니라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이 이세상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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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 김시천삶 2019. 2. 19. 11:13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 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어딘가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람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싶다. 행복은 온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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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자유를 드립니다 / 울리히 샤퍼산 2019. 2. 14. 11:38
그대에게 자유를 드립니다 / 울리히 샤퍼 문득문득 그대가 새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불안에 힙싸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절박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어떻게든 그대를 놓치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고 또 다짐합니다 생각해 보면 두려움은 사랑의 철조망일 뿐 불안이 안개처럼 드리운다는 것은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이 모자란 까닭입니다 사랑은 누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를 놓아주어야 비로소 그대가 내게 다가올 수 있고 나 또한 그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 부족함,,, 많은 것을 조용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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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삶 2019. 2. 10. 20:59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