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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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우물 / 문정희산 2021. 2. 17. 22:05
추억의 우물 / 문정희 우리들의 가슴 속에는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말갛고 고요한 추억을 긷는 우물입니다.. 첫눈을 보아도.. 파도를 보아도.. 달을 보아도.. 가슴 저린 것.. 추억이란 이렇듯 소슬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사진첩입니다. 추억은 지난날의 슬픔조차도.. 울먹이며 가슴 조이던 불행조차도.. 감미로운 향수 속으로 몰아넣어 주는 포도주와 같다고도 하겠습니다.. 우리를 홀로 있게 히는 것들 中 - 문정희 - 사진을 정리했습니다 몇 년전 지인들과 한라산 가을을 만끽하던 사진이 있었습니다 이별하고 보기 싫은 사람의 얼굴도 있고,,,, 그리운 얼굴도 있습니다 하늘이 참 푸르던 날, 앞서 하산한 지인들 따라잡느라 황홀한 가을을 놓칠뻔 했었죠! 장구목, 삼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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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이태수산 2020. 8. 30. 19:23
눈 / 이태수 눈은 하늘이 내리는 게 아니라 침묵의 한가운데서 미끄러져 내리는 것 같다 스스로 그 희디흰 결을 따라 땅으로 내려온다 새들이 그 눈부신 살결에 이따금 희디흰 노랫소리를 끼얹는다 신기하게도 새들의 노래는 마치 침묵이 남은 소리들을 흔들어 펼치듯이 쉽게 빚어내는 운율 같다 침묵에 바치는 성스러운 기도 소리 같다 사람들이 몇몇 그 풍경 속에 들어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먼 데를 바라본다 그 시간의 갈라진 틈으로 불쑥 빠져나온 듯한 아이들이 몇몇 눈송이를 뭉처 서로에게 던져대고 있다 하지만 눈에 점령당한 한동안은 사람들의 말도 침묵의 눈으로 뒤덮이는 것 같아 아마도 눈은 눈에 보이는 침묵, 세상도 한동안 그 성스러운 가장자리가 되는 것만 같다 밖에 못나가고 있으려니 답답합니다 시원한 겨울 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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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만개한 한라산 산행 2산 2020. 6. 17. 22:05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 / 양현주 길 위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계절이 누워있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낮은 자세, 땅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가면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그의 분주한 손이 이웃과 맞닿아 있다 약한 자의 위로가 되어주던 거친 손은 기둥을 받쳐주는 강인한 힘이다 하늘로, 하늘로 향하는 희망을 따라 바람이 불어오고 꿈들이 무성하게 떨어져 내릴 때면 갈색 잎들이 파르르 노래해도 그의 웃음 속에 말하지 않는 슬픔이 보인다 철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삶의 전부를 흔들어 놓았던 변덕스러움조차 깊게 안아주는 그는 꽃보다 아름답다 젊은 날의 봄은 봄대로 사랑했던 시간, 지금의 봄은 붉은 꽃이 좋다 어머니도 화단에 꽃을 심고 가꾸더니 나도 그런 길을 가나보다 사랑했던 계절, 더욱 사랑하련다 2020 한라의 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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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만개한 한라산 산행 1산 2020. 6. 16. 21:44
0, 산행경로 : 영실 - 웃세오름- 분화구 아래-웃세오름- 어리목 0, 소요시간 : 놀면서 4시간 30분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기대하고 달려온 산, 이 한라산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도, 장엄하게 펼쳐진 대지 위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서 있는 미미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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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길 / 도종환산 2020. 6. 15. 21:54
아름다운 길 / 도종환 너는 내게 아름다운 길로 가자 했다 너와 함께 간 그 길에 꽃이 피고 단풍 들고 길 옆으로 영롱한 음표들을 던지며 개울물이 흘렀지만 겨울이 되자 그 길도 걸음을 뗄 수 없는 빙판으로 변했다 너는 내게 끝없이 넒은 벌판을 보여달라 했다 네 손을 잡고 찾아간 들에는 온갖 풀들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 몸 구석구석은 푸른 물감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빗줄기가 몰아치자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넘어질 때 너도 따라 쓰러졌고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세찬 바람 불어올 때마다 너도 그 바람에 꼼짝 못하고 시달려야 했다 밤새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도 눈보라 그치지 않는 아침 너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오른다 빙판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며 함께 꽃잎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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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철쭉이 활짝 핀 날산 2020. 6. 11. 20:08
날마다 좋은날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세끼 먹는 일과 자고 일어나는 동작, 출퇴근의 규칙적인 시간 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또는, 후회를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상 그 날이 그 날 같은 타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시작도 끝도 없이 흘러간다. 이와 같은 반복만이 인생의 전부라면 우리는 나머지 허락 받은 세월을 반납하고서라도 도중에서 뛰어내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안으로 유심히 살펴보면 결코 그 날이 그 날일 수 없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또한,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다행히도 그 자리에 가만히 놓여있는 가구가 아니며, 앉은자리에서만 맴돌도록 만들어진 시계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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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유 안 진산 2019. 6. 4. 08:14
자화상 / 유 안 진 한 생애를 살다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 수록 새우 젓깔 만나듯이 때 얼룩에 쩔을 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연연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 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