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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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교실 1 / 정일근삶 2017. 6. 12. 07:19
바다가 보이는 교실 1 / 정일근 -우리반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점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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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의 생신!삶 2013. 3. 17. 10:48
이 땅에 한 생명으로 오심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나그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소망이 있는 삶을 소망합니다 사랑할 때 사랑하라(정일근 시인) 사랑할 때 사랑하라 열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손가락 마디 하나 남아 있다면 두 팔을 내어주어도 남은 눈물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이 두 눈알을 다 가져가버려도 사랑이 몸뚱이만 남겨놓아도 사랑이 남아 있다면 사랑하라 지구별에 다시 빙하기가 오고 지구가 두꺼운 얼음에 덮혀 검독수리가 죽고 향유고래가 죽고 힌 민들레가 죽고 오직 외발 하나 딛고 설 땅이 있다면 사랑하라 그 땅에 한 발 딛고 서서 나머지 한 발 들고 서 있을 수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은 용서보다 거룩한 용서 기도보다 절실한 기도 아무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