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행 / 고정희 해거름녘 쓸쓸한 사람들과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봄 눈 파릇파릇한 숲길을 지나 아득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이십도의 따뜻하고 해맑은 강물과 이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이 서로 겹쳐 흐르며 온누리 껴안으며 삼라의 뜻을 돌아 내게로 왔네 사흘 낮 사흘 밤 잔잔한 강물 속에 어여쁜 숭어떼 미끄럽게 춤추고 부드러운 물미역과 수초 사이에서 적막한 날들의 수문이 열렸네 늦게 뜬 별 둘이 살속에 박혔네 달빛이 내려와 이불로 덮혔네 저물 무렵 머나먼 고향으로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외로운 사람들의 낮과 밤 지나 기나긴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사십도의 따뜻하고 드맑은 강물 위에 열 두 대의 가야금소리 깃들고 사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 위에 스물 네 대의 바라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