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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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강은교산 2018. 12. 1. 11:47
12월의 시 /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를 갈아 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둠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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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삶 2015. 4. 28. 21:16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 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일몰의 새 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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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지난 추억을 돌아본다삶 2013. 12. 6. 22:30
12월의 시-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 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누워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매 날카로운 한 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을 갈아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 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 소리로 불금이네요 금방 한 주가 지나갑니다 바람 불어 마음에 낙엽 뒹구는 허전함이 가득합니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따스한 손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