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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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 노향림삶 2022. 7. 26. 17:54
간월도 / 노향림 간월도에 와 간월암 너무 아득해서 그만두고 높은 돌계단의 해탈문에 이르러 누구나 한번쯤 옷깃 여민다는 그곳도 말고 나지막한 바위섬 아래 갯벌로 걸어내려가리. 하루에 두차례 햇볕 아래 펑퍼짐한 알몸 드러낸 석화 초만원의 나라, 갈고리와 파도가 싱싱한 엇박자로 울리는 세상, 등에 꼽추처럼 짊어진 대바구니 내려놓고 사람들 틈에 나도 퍼질러 앉아 만조도 깜박 잊고 석화를 캐리. 바닷물이 와 정강이와 허벅지를 서늘히 누르면 일몰에도 가라앉지 않고 뜬 간월암 절집의 깜박이는 둥근 등불 바라보며 시간 앞에 넋 놓고 앉아 시간 따위는 잊어도 좋으리. 화엄은 멀고 수평선에 박힌 석화만큼 이지러진 초승달 앞에 까고 있던 한 소쿠리 비린 목숨 내려놓고 바다 밖으로 해탈하듯 잦아드는 달빛 소리나 귀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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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맛집, 간월암삶 2022. 3. 2. 19:43
노 을 /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도시)는 곧 活字(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책)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오후) 6時(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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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머삶 2021. 12. 20. 18:51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더 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누구에게나 친구가 있습니다 나이, 고향, 학연을 떠나서 다양한 사람을 만닙니다 힘들고, 절망적인 날,,,, 곁에 있어주고, 진실을 믿어주는 것, 소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내일입니다 오늘도 내일이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