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고독-김현승

농돌이 2014. 10. 12. 00:39

절대고독  /  김 현 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끞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하고 사는 계절!  (0) 2014.10.15
울음이 타는 강 / 박재삼  (0) 2014.10.13
우리집 주변을 걷다!  (0) 2014.10.09
사랑할 때 사랑하라 - 정일근‏  (0) 2014.10.04
10월의 기도 / 이해인  (0)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