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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 안도현음식 2014. 8. 21. 17:11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리렸으리리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을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가을이 되었나 봅니다 , 서해안 꽃게가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삶에 기쁨만이 있으면 밋밋하겠지만,
많이 아픈 날이 있습니다
시인께서는 어떤 생각인지는 잘 모르나, 무척 슬픈 마음을 표현한 인상적인 시로 느낍니다
삶의 주체를 꽃게와 일치시킨 시로 느낍니다
행복한 하루 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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