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1
기차는 오지 않았고
나는 대합실에서 서성거렸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비옷을 입은 역수만이 고단한 하루를 짊어지고
플랫폼 희미한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조급할 것도 없었지만 나는 어서
그가 들고 있는 깃발이 오르기를 바랐다.산다는 것은 때로 까닭을 모를 슬픔을
부여안고 떠나가는 밤열차 같은 것.
안 갈 수도, 중도에 내릴 수도,
다시는 되돌아올 수도 없는 길.
쓸쓸했다. 내가 희망하는 것은
언제나 연착했고, 하나뿐인 차표를
환불할 수도 없었으므로.기차가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버릇처럼 뒤를 돌아다보았지만
그와 닮은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끝내 배웅도 하지 않으려는가,
나직이 한숨을 몰아쉬며 나는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2
밤열차를 타는 사람들에겐
저마다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가슴 속 너무 깊숙이 들어 있어
꺼내지도 못할 사연이.졸려서 충혈된 게 아니다.
지나온 생애를 더듬느라
다 젖은 눈시울이여,
차창 너머 하염없이 무엇을 보는가.
어둠의 끝, 세상의 끝이 보이는가.밤열차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깊이 정들지 말자.
그저 조용히 있게 내버려두자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3
낯선 간이역들, 삶이란 것은 결국
이 간이역들처럼 잠시 스쳤다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스친 것조차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달리는 기차 차창에 언뜻 비쳤다가
금세 사라지고 마는 밤풍경들처럼.내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빨리 내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는 혼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정작 내가 그의 손을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없었다. 저만치 비켜 서 있었다.그래, 우리가 언제 혼자가 아닌 적이 있었더냐.
사는 모든 날이 늘 무지개빛으로 빛날 수만은 없어서,
그래서 절망하고 가슴 아파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그리웠던 이름들을 나직이 불러보며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바람 불고 비 내리고 무지개 뜨는 세상이 아름답듯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파하는 삶이 아름답기에.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전 오늘 솔직하고 싶어요사랑도, 꿈도,,,,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습니다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빛!! (0) 2014.06.13 법정 스님 글 중에서 (0) 2014.06.11 변화 (2) 2014.06.09 용봉산 최영장군 활터에서 (3) 2014.06.08 일상으로,,,,(기다리는 이유-이정하) (0) 201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