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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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잎/류시화농부이야기 2014. 11. 3. 20:27
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 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 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 허공에 떠 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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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 이해인 수녀님삶 2014. 11. 3. 20:04
11월의 첫 날! 비가 내렸습니다 가을비는 떡비, 겨울비는 술비라는 말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모든 생명이 결실을 하고, 마무리를 하는 시간, 자연의 경이로운 빛에 취하고 싶었습니다 샘물이 발원하여도 아래로 흘러야 바다에 가듯이 삶에도 하심(下心)이 필요한 가을 입니다 이제는 하루 종일 걸어서 얻은 뻐근함을 누이려 합니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11월에 ,,,, 이해인 수녀님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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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면서,,,산 2014. 11. 2. 20:01
이 산에 오면 부자가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산에서는 많은 것이 필요가 없다 튼튼한 다리, 방한복, 약간의 식량이면 모두가 평등하고, 모든이가 가진자가 된다 세상의 짐도 산을 오르는 어려움에 잊는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 저 능선 너머에 무엇이, 그리고 얼마나 남았는지,,,,, 사랑만으로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랑만으론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풍족한 물질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난한 생활은 불행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산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큰소리로 웃는다 모두 던져버리나 보다 행복하다! 나도, 저들도, 이 산도,,,, 산에는 온통 가을꽃이다 나무들이 이 꽃을 떨구면 자유로울까? 추운 겨울에, 세상의 간섭이 단절된 이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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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농부이야기 2014. 11. 2. 07:46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 하지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빚만 마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찿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않으면서 기품이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에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빗줄기가 제법 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시 한편 읽으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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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농부이야기 2014. 11. 1. 00:57
11월의 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홀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