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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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기, 사람의 향기 - 이해인삶 2014. 11. 19. 09:05
꽃의 향기, 사람의 향기 - 이해인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깁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해인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中에서- 홀로 있는 시간은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적인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입니다.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입니다.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입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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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 이정하삶 2014. 11. 19. 01:47
겨울 나무 / 이정하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 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을 식힐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다. 잎잎이 그리움 떨구고 속살 보이는 게 무슨 부끄러움이 되랴. 무슨 죄가 되겠느냐. 지금 내 안에는 그대보다 더 큰 사랑 그대보다 더 소중한 또 하나의 그대가 푸르디 푸르게 새움을 틔우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 책상에 앉았습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무엇이 나를 깨웠는지 생각도 합니다 사람의 욕심은 일을 복잡하게 합니다 지난 하루를 돌아보면서 복기를 해봅니다 창 밖에 어둠이 가득합니다 불빛이 그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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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리는 한라산 산행기1산 2014. 11. 16. 16:05
제주에서 교육이 있어서 산행을 하려고 채비를 하고 내려갔다 새벽 04시에 기상하여 해장국 한그릇 하고, 연동 떡볶기집에서 김밥도 사고 성판악으로 택시타고 GO 비가 제법 내린다 05시? 기다리다가 06시 우비를 입고 산행을 시작한다 어차피 가야하니까? 성판악에 산님들이 서성인다 산행길은 아직 어둡다 계곡도 낙엽으로 가득하다 솔밭대피소 도착! 집을 나왔는지 노숙하는 개가 한마리 있어서 자리를 피했다 올해 봄에 일출을 보던 곳, 대피소 핼기장이다 대피소에 도착하여, 페딩도, 모자도, 모두 겨울옷으로 교체하고 길을 나선다 바람과 안개비가 죽인다 ㅋㅋㅋ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은 장정이 휘청거리는 바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안개가 나의 빰을 때린다 검나게 춥다! 적응이 안된 추위가 더욱 몸을 시리게 한다 정상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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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한라산 산행기2산 2014. 11. 16. 16:03
관음사로 방향을 잡았는데,,, 바람이 장구목게곡에서 올려부친다 뜨--억 후드를 꺼내서 급하게 처리하고 길을 잡는다 안보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상고대와 싸래기 눈이 내린다 2014년 첫 눈을 백록담에서 맞는다 너무 행복하다 백록담 뒷편도 안 보인다 ㅎㅎㅎ 한참을 정신없이 내려오니 바람이 조금은 조용하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걷는다 길가 산악인의 묘에 예를 표한다 용진각대피소 터에서 백록담과 장구목으로 밀려가는 구름을 구경한다' 속도가 무지 빠르다 계곡 끝으로 삼각봉이 보인다 저 모퉁이에 대피소가 있다, 저기서 간식과 점심 요기를 해야지,,,, 이 삼각봉에 단풍이 들면 와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운해를 가득히 덮어쓴 모습을 담아 봅니다 요기를 하고 하산! 눈발이 날립니다 겨우살이 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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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눈꽃 피다산 2014. 11. 16. 08:01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고은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 나는 나무와 나뭇가지와 깊은 하늘 속의 우듬지의 떨림을 보며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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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이정하삶 2014. 11. 14. 21:11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이정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저 선운사 감처럼 익을 수 있을까? 다시, 삶을 방범은 모르지만 최고의 선을 지향할 수 있을까? 한 고개를 넘으면 더 큰 고개가 이어지는 삶 오늘 밤, 아파트 가로수를 붙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