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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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삶 2014. 11. 9. 17:58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 전화를 건다 빈 집, 빈 방, 도시의 빈 가슴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좌한 어둠이 진저리를 친다 화들짝 놀라 깬 침묵이 수화기를 노려본다 거미의 파리한 손가락이 뻗어나와 벽과 벽 사이 공허의 모르쓰 부호를 타전해온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 뻐마디를 일으켜 세운 어둠이 싸늘한 바람을 몰고 온다 구석진 한 귀퉁이에 겨우 발붙이고 있는 체온을 딸깍 꺼버린다. 가느다란 신경줄 하나 수화기 옆에 오똑 웅크리고 앉아 오로지 듣고 있다. 침묵의 제 발자국 소리를 공허의 빈 들판에서 우롱, 우롱, 우롱…… 소용돌이치는 죽음 같은 절망 절망 같은 죽음을 쓸고 오는 허무의 바람 소리를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적막의 물살에 부딪쳐 미끄러지는 벨 소리 빈 집, 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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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삶 2014. 11. 7. 08:00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이는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 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끝의 허망한 한 모금 니코틴의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할 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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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고은삶 2014. 11. 6. 21:37
11월,,,,고은 아무도 없어서는 안된다 서 있는 것들은 저바다 빈 나무로 서 있고 나도 그들과 함께 서서 오래오래 묵은 소리로 우수수 우수수 몰려가는 이 세상의 여호와여 낙엽이여 내가 서서 빈 나무 되어도 나무는 나무끼리 더 이상 가깝지 않게 나무 사이의 어린 나무에게 흐른 하늘을 떼어 준다 바람 속에서 바람도 몸임을 알아라 바람으로 태어나 내 아들로 여호와로 이 황량한 곳을 살게 하누나 아무도 없어서는 안된다 빈 나무끼리 서서 너이들 없이 어찌 이세상 壁靑으로 녹이 슬겠느냐 진 잎새 제 뿌리 위를 덮고 사람들도 설움도 그 일부는 덮었구나 아침에 아파트에서 일출을 감상했습니다 금방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늘도 잊혀진 것들은 모두 어둠에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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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삶 2014. 11. 5. 05:50
삶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살기 위해 일만 하고 살았지요 일만 하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일터는 오래 바람 잘 날 없고 인파는 술렁이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소리는 나에게까지 울렸지요 일자리 바뀌고 삶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지하 속 노숙자들을 생각했지요 실직자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길가의 취객들을 힐끗 보았지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똑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사람으로 살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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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제언(뺏보참게와 발효식품)음식 2014. 11. 4. 09:57
비 내리는 저녁입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소리입니까? 차가 지나는 소리도, 낙수물 소리도 정겹고 고맙습니다 낮에 홍성군 금마면 장성리 홍양저수지(뺏보:일명)에 근접해서 있는 맛집을 다녀왔습니다 참게를 메인 요리로 하구요 나오는 찬은 모두 발효식품 입니다 특히 조미료는 사양합니다 허물합니다 발효되고 있는 저장용 통들! 이 많은 단지들조 모두 발효용 저장고 입니다 이집의 음식은 최하 2년이상 발효됩니다 음식점에서 바라본 저수지(너무 고갈되었습니다) 일제시대에 준공된 큰 저수지인데,,,, 건물 외벽은 담쟁이가 감사고 있습니다 민들레를 발효시켰네요 고춧잎을 발효시켰네요 약쑥을 발효! 머위를 발효! 우렁이 무침!(장아찌) 2년 발효된 뽕잎! 3년 발효된 뽕잎! 깻잎 발효! 무우 장아찌! 고추장아찌! 오가피 발효!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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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한산 신성리 갈대밭문화재,명승,고적 2014. 11. 4. 05:55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한적한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는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의 경계에 흐르는 금강변 하구에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신성리 갈대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신성리 갈대밭, 순천만 갈대밭, 해남 고천암 갈대밭 등이 유명합니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멀지 않아서, 다른 곳(부여, 공주, 홍원항)과 연계하여, 하루에 즐기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지금은 들판에 추수가 거의 끝이 나서 한적함이 좋습니다. 꽤 오래된 영화입니다만 ‘공동경비구역 JSA’를 이곳에서 촬영한 후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지금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 입니다. 지금은 갈대가 겨울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갈대밭의 규모가 좀 작아졌지만 지금도 드넓은 갈대밭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