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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외 / 이성선삶 2015. 10. 14. 08:48
외로운 사랑 / 이 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 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가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가을 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하므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이성선:1941년 강원도 고성에서 출생.
고려대 농대 및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
1970년 <문화비평>에 <시인의 병풍>등을 발표하고 등단함.
1972년 <시문학>에 재추천됨.
첫시집<詩人의 병풍>(1974)이후<하늘문을 두드리며>(1977) <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1986)
<별까지 가면 된다>(1988) <새벽 꽃향기>(1990) <향기나는 밤>(1991)등의 시집과 장시집<밧줄>
(1982)을 간행함.
강원문화상.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교사로 재직중이다.'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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