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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봉산 병풍바위에서 놀다
    2021. 8. 8. 23:53

    그늘에 기대다 / 천양희

     

    나무에 기대어 쉴 때 나를 굽어보며
    나무는 한 뼘의 그늘을 주었다
    그늘에다 나무처럼
    곧은 명세를 적은 적 있다
    누구나 헛되이 보낸 오늘이 없지 않겠으나
    돌아보면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던 슈마허도
    세계를 흐느끼다 갔을 것이다
    오늘의 내 궁리는
    나무를 통해 어떻게 산을 이해할까, 이다
    나에게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어
    흐리면 속썩은풀을 씹고
    골짜기마다 메아리를 옮긴다
    내 마음은 벼랑인데
    푸른 것은 오직 저 생명의 나무뿐
    서로 겹쳐 있고 서로 스며 있구나
    아무래도 나는
    산길을 통해 그늘을 써야겠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들이 떠들썩하기 전에
    나무들 속이 어두워지기 전에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 양 희

    마음 끝이 벼랑이거나 새로울 것 없는 하루가 지루할 때마다
    바람이라도 한바탕 쏟아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 우산을 만들었다는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비바람 속을 걸어가던 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별명이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를 생각할 때마다
    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로 부르며 손짓하는 것이라던
    절절한 구절을 옮겨 적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라고 다른 얼굴을 할 때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던 죽은 시인의 시를 중얼거릴 때가 있다

    여러 번 내가 나를 얻지 못해 바람을 맞을 때마다
    바람 속에 얼굴을 묻고 오래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세상 어디에
    꽃처럼 피우는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고 누가 말했더라
    아무리 가벼운 바람이라도
    그 속에는 뼈가 있다고 말한 이는 또 누구더라
    바람소리든 울음소리든 소리는 존재의 울림이니까
    쌓아도 쌓아도 소리는 탑이 될 수 없으니까

    바람이여
    우리 함께 가벼워도 되겠습니까

    오늘 밤에도 산위로 바람 부니
    비 오겠습니다

    -계간 《시와 문화》2020년 봄호 권두 육필 시

    천직의 발견은 인생의 가을에 자신이 수확하고 싶은 꽃과 열매의 씨악을 골라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풍요의 계절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자신에게 주아진 시간을

    거기에 몽땅 바치는 것이다

    천직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 인생의 사명뿐 아니라 직업의 사명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하게 확립하며,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거는 것이다

     

    (정균승, 내 가슴이 시키는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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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