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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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우화-이정하농부이야기 2014. 8. 25. 08:29
사랑의 우화/이정하 바다로 흘러 들어가던 강은 곧 실망했습니다. 자신은 전부를 내던졌는데 막상 바다에 닿고 보니 극히 일부분밖에 채울 수가 없는 게 아닙니까. 그래도 강은 따스했습니다. 멀고 험한 길 달려온 뒤 고단한 몸 누일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나의 전부인데, 왜 나는 너의 일부분밖에 안 되는지 따지는 사람은 바다를 보되 파도밖에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 안에 편히 잠들어 있는 강물은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힘찬 한 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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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고덕갈비:예산군 고덕면 시내)음식 2014. 8. 24. 19:54
매우 자주 만나던 친구를 7개월 동안 만나지 못했다 우리의 의지는 아니지만 참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동안, 봄, 여름이 지났다 얻은 것, 잃은 것 생각하지 말고 밥 먹자고 했다 고기 먹으러,,,, 예산에서 유명한 갈비집이 많다 뭐 3대 갈비라고도 한다 고덕갈비, SB갈비, SO갈비를 일컷는다 에산군 고덕면 도로변에 탁자 몇개가 있는 갈비집이고, 늘 기다리고, 연탄으로 덥고, 갈비냄새도 옷에서 난다 우리 그래도 먹으러 다닌다 밑반찬이 많은 것도, 특별한 것도, 특별이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직하게 살아온, 영업해온 문화를 먹으러 간다(이 집은 당일 물량 팔으면 문을 닫는다) 기본반찬 입니다 작년에 담근 짠무, 묵은지, 양파,고추, 상추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오래된 화덕! 양념갈비가 나왔습니다,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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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게 / 정호승산 2014. 8. 24. 15:05
잎새에게 / 정호승 하느님도 쓸쓸하시다 하느님도 인간에게 사랑을 바라다가 쓸쓸하시다 오늘의 마지막 열차가 소리없이 지나가는 들녘에 서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지 알 수 없어라 그대는 광한루 돌담길을 홀로 걷다가 많은 것을 잃었으나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나니 미소로서 그대를 통과하던 밝은 햇살과 온몸을 간지럽히던 싸락눈의 정다움을 기억하시라 뿌리째 뒤흔들던 간밤의 폭풍우와 칼을 들고 설치던 병정개미들의 오만함을 용서하시라 우듬지 위로 날마다 감옥을 만들고 감옥이 너무 너르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나니 그대 가슴 위로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오늘 용봉산을 오르는데 나무잎도 가을색으로 변했네요 도토리는 마구 떨어지구요 추석이 지나면 깊은 가을로 달려갈듯 싶습니다 추억이 있는 게절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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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이정하삶 2014. 8. 23. 22:29
삶의 향기/ 이정하 당신의 삶이 단조롭고 건조한 이유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아주 가슴아픈 일로 인해 가슴이 시려오는 때도 있으며, 주변의 따뜻한 인정으로 인해 가슴이 훈훈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게 다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기쁘고 살아 있기 때문에 절망스럽기도 하며 살아 있기 때문에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의 섬세한 잎맥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삶이 단조롭고 건조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내가 살아 있음을 느껴 보십시오 그래서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는 얼마나 살 만한 것인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유달산에서 바라본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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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길 / 오승강산 2014. 8. 23. 12:50
그대에게 가는 길 / 오승강 내 마음속에 깃들인 그대 그대에게 가는 길은 누구도 가 본 적 없어 오늘도 걷는 길 정처 없습니다 찾아갈 길 어딘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가는 길 어디에나 불쑥 나타나던 막다른 길 그 길 서성이며 얼마나 울었는지요 울며 다시 돌아서던 그 길 위에 또 얼마나 막막한 그리움 남겨 두었던지요 힘들고 지쳐 어려울 때는 쓰린 그리움의 기억도 힘이 되었어요 새로운 길 만들며 그리움 하나 앞세워 온몸 던져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길은 끝없습니다. 조상님들의 벌초를 새벽5시부터 시작하여 완료하고, 아내와 어머니가 준비한 식사를 마친 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손이 예초기질로 덜덜덜 떨립니다 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쉬렵니다 예전에 낫으로 하던 시절, 차도 없이 이동하던 시절에는 얼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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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詩 --.삶 2014. 8. 22. 09:41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