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
-
한 밥상에-박노해음식 2014. 7. 31. 07:17
한 밥상에 / 박 노 해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침침한 독방에 홀로 앉아서 벽에 뚫린 식구통으로 식은 저녁밥을 받습니다 푸실한 밥 한 술 입에 떠넣고 눈을 감고 꼭꼭 씹었습니다 담장 너머 경주 남산 어느 암자에선지 저녁 공양 알리는 소리인 듯 종 울림소리 더엉 더엉 더엉 문득 가슴 받히는 한 슬픔이 있어 그냥 목이, 목이 메입니다 함께 밥 먹고 싶어 !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한 밥상에 둘러 앉아서 사는 게 별거야 혁명이 별난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늘 땅에 떳떳이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먹는 거지 나 생을 바쳐 얼마나 열망해 왔어 온 지상의 식구들이 아무나 차별 없이 한 밥상에 둘러 앉은 평화로운 세상을 아 함께 밥 먹고 싶어 !
-
슬플 때에는 바람처럼 꽃처럼 / 김정란삶 2014. 7. 30. 23:04
슬플 때에는 바람처럼 꽃처럼 / 김정란 슬플 때는 바람처럼 꽃처럼 가만히 삶의 옆얼굴에 손을 대어본다 그리고 들여다보면 손금 속에는 작은 강물이 흘러 랄랄라 랄랄라 숨죽여 노래하듯 울고 있는 눈물 젖은 날개 상한 깃털들 그 강물 속에 보이네 청이도 홍련이도 민비도 죄 모여 앉아서 가만가만 그 깃털들 말리고 있어 가슴이 저려서 갸웃이 고개 숙이고 조금씩 조금씩만 걸어가지 슬플 때는 바람처럼 꽃처럼 가만히 삶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갸웃이 바라본 그것 얼마나 가슴저리게 아름다운지 얘기해줄까
-
공존의 이유-조병화삶 2014. 7. 28. 22:21
조병화/공존의 이유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정도로 지내도록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정이 된다면 그땐 헤어집시다. 어려운말로 이야기하지 맙시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것을 보일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혜어져야 할 날이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을 합시다. 우리의 앞에 서글픈 날이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만큼 악수를 합시다. 휴가는 멈춤이겠죠? 멀리 떠난 지인들 중에, 혼자서 떠난 이가 있습니다 오늘쯤은 외롭겠지요? 여행도 몇 일이 되어가니까요? 더 깊이, 더 멀리서 바라보고, 아무 근거도 없이 느낌표 하나로 삶을 전환하는 것 여행이 아닐까요! 가장 먼 여행은 나에게..
-
바닷가 우체국-안도현삶 2014. 7. 27. 18:58
바닷가 우체국-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시절에 그랬..
-
솔잎 효소 만들기농부이야기 2014. 7. 27. 18:53
솔잎효소 담그기 1. 흐르는 물에 솔잎을 씻어낸 후 물기가 없게 건조시켜주세요. 2. 깨끗이 소독된 항아리에 솔잎을 차곡차곡 쌓고 돌로 눌러 주세요. 이때 항아리는 자연유약을 발라 구운것이 좋으며 윤기가 나고 반짝거리는 항아리는 광명단유약을 바른 것으로 납성분이 우러나와 건강에 해로우니 주의하세요.(전 밀폐 용기를 주로 사용합니다) 3. 황설탕을 솔잎과 동량을 준비하고 우선 2/3를 넣어주세요. 4. 솔잎 무게의 1/3정도인 팔팔 끓인 물을 항아리에 부어주고 남은 설탕을 항아리 위에 마저 붓고 잘 눌러 주세요. 5. 항아리 입구를 잘 밀봉한 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최소 6개월~1년정도 숙성시켜주시면 솔잎효소 완성~!(불순물은 가끔 제거 필요) 6. 완성된 효소를 따뜻한 물에 타서 솔잎차로 먹는방법과 소..
-
즐거운 편지 / 황동규산 2014. 7. 26. 15:42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 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비가 개인 후 깨끗한 용봉산을 다녀왔습니다 구름도, 바위도 아름답습니다 영화 편지의 소재가 되었던 시를 한편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