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관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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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기산 2018. 8. 26. 13:08
삶의 무게와 욕심을 등에 지고, 오롯이, 내 다리에 싣고 걷는 것이 좋다 가끔은 비틀거리고, 힘들어 하지만, 기댈 곳이 없는 산길은 혼자라서 더 잘 걸을 수 있다 거친 숨에 허물어 진다 무작정 걷다보면 정상이고, 하산 길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걸어서 간다 그저 나를 가만히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줄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 진다 무엇을 쫓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면,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이 보인다 산 / 조동례 당신을 안기엔 내가 너무 작아 당신에게 안기려 내가 다가갑니다 오르고 오르면 당신 품이려니 생각했는데 다가갈수록 바라보던 당신은 보이지 않고 낯선 잡목만 무성합니다 당신 품에 있어도 당신 볼 수 없으니 더 오를 무엇도 없어 바라보던 곳으로 돌아서는데 오르던 길은 우거져 보이지 않고 내 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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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산 2018. 7. 8. 13:31
산 동안거에 들다 / 송문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골절된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을 터 내가 네게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할, 눈을 뜨면 어느새 산 빛 풀빛 본연의 모습 전광석화 번쩍 오가는 시간의 화살도 잠시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네, 그렇게 낡아 사라지네 사람들아, 禪에 든 저 깊은 산 깨우지 마라 계룡산 성능능선에서 운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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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道伴) / 이성선산 2018. 7. 7. 07:59
도반(道伴) /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으로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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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문길-산 2014. 2. 12. 15:30
산 - 이문길 시인 - 내 소원이 무엇인지 아나 소원이 생각날 리 없는 산골이라 아내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뭔데 내가 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안 사는 저런 큰 산 하나를 사는 것이다 그러자 아내는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쓸데없는 것 사서 뭐하게 또 빌어먹을라카네 내가 풀이 죽어 말했다 개간해서 농사 지을라 안칸다 나는 말없이 산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나한테는 필요 없지만 나무들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안개한테 구름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사도 누가 사는지 산이 모르기 때문에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사도 아무 소용없는 빈 산이라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 만년에 그런 산에 혼자 살고 싶어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소나무 고목..